일베 폐쇄는 해답일까, 아니면 또 다른 이동의 시작일까 ft. 김어준의 뉴스공장 겸공

뭔가를 없앤다고, 그게 정말 사라질까

이재명 대통령이 일베 같은 혐오·조롱 사이트의 폐쇄, 과징금, 징벌배상까지 거론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표면만 보면 꽤 강한 조치다. 그런데 나는 이 대목에서 바로 한 가지를 의심하게 된다. 사이트를 닫는 것과 사람의 생각을 바꾸는 건 같은 일일까?

이 질문은 단순한 찬반이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 공간을 없애면 그 안에 있던 감정과 습관도 같이 죽느냐”는 질문이다. 내 눈엔 꼭 그렇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이런 경우는 공간이 사라진 뒤에도 사람들끼리 남아 있던 정서가 다른 방으로 흘러가곤 한다. 그게 더 무섭다.

일베 폐쇄는 해답일까, 아니면 또 다른 이동의 시작일까 ft. 김어준의 뉴스공장 겸공

TBS를 떠난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어떻게 되었나?

김어준 뉴스공장은 TBS에서 밀려나 유튜브로 갔고, 결과적으로 영향력이 오히려 커졌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런데 일베는 조금 다르다. 방송인 1명과 커뮤니티 1개를 같은 선상에 놓을 수는 없다. 그래도 구조는 비슷하다. 누군가를 밀어내면, 그 사람이 가진 팬덤이나 분노가 더 결속할 수 있다. 이건 좀 묘하다. 막는다고 약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정체성이 더 선명해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말은 아니다. 혐오와 조롱이 누군가를 지속적으로 공격하고 사회를 찢어놓는다면, 방치가 더 큰 비용을 부른다. 문제는 “폐쇄냐 방치냐”의 이분법이 아니라, 어디까지 막고 어디서부터 교육·대응·분산 전략을 쓸 거냐다. 이 균형이 꽤 어렵다.

해외에서 이미 많이 본 장면이다

가장 잘 알려진 사례 중 하나가 Kiwi Farms다. 여러 플랫폼과 인프라 서비스가 동시에 압박을 넣었지만, 연구에 따르면 이 커뮤니티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일부 활동은 Telegram으로 옮겨갔고, 다른 대체 도메인으로 분산됐다가 다시 돌아왔다. 요즘 말로 하면 이주(移住)가 일어났고, 그 다음엔 재집결(再集結)이 있었다

이게 중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외형상으론 타격을 입었지만, 내부적으로는 “우리가 공격받고 있다”는 서사가 더 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억지로 밀어내면 흩어질 것 같지만, 정작 핵심 멤버는 더 결속할 수 있다. 이건 참 이상한 일이다. 막을수록 단단해지는 느낌. 아이러니하다.

Reddit에서 빠져나간 집단도 비슷했다

r/The_Donald와 r/Incels 같은 커뮤니티도 제재를 받자 자기들만의 사이트로 이동했다. 연구 결과를 보면, 이동 뒤 활동량은 줄었지만 일부 집단에서는 독성이나 급진화 신호가 더 강해졌다

즉, 사용자는 줄었는데 질은 더 험악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건 좀 소름 끼친다.

여기서 한 번 물어보자. 그렇다면 막는 건 실패인가? 꼭 그렇진 않다. 연구들은 분명 활동량 감소 효과도 봤다. 다만 그 감소가 문제의 해소를 뜻하지는 않는다는 거다. 약해졌지만 없어지지 않았고, 덜 보이게 되었지만 덜 위험해졌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딱 잘라 말해, 압축일 수도 있다.

일베 폐쇄는 해답일까, 아니면 또 다른 이동의 시작일까 ft. 김어준의 뉴스공장 겸공

혐오는 왜 서로를 더 묶나

여기서 심리학적으로 하나를 더 붙여야 한다. 혐오 커뮤니티의 소속감은 단순한 친목이 아니다. 사람들은 배척당했다고 느낄수록, 더 선명하고 폐쇄적인 집단에 자신을 붙여 넣으려는 경향이 있다. 사회정체성이 불안할수록, “우리”라는 경계가 분명한 집단은 더 강하게 느껴진다. 이게 바로 혐오 커뮤니티가 사람을 끌어당기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바깥에서 밀어낼수록 안에서는 더 끈끈해질 수 있다. 차별당했다는 감각, 조롱당했다는 감각이 오히려 결속의 접착제가 되는 셈이다. 이건 참 묘하다. 싫어하면서도 서로를 못 놓는다.

왜 사람들은 계속 옮겨 다닐까

나는 이 부분이 제일 흥미롭다. 왜 사람들은 단지 장소가 바뀌었다고 그 문화를 버리지 않을까? 내 추측엔, 거기엔 단순한 의견보다 더 강한 것이 있기 때문이다. 소속감, 반항심, 조롱의 쾌감, “우리는 금기어를 다룬다”는 자기확신 같은 것들 말이다. 이건 단순한 게시판 이용이 아니라 일종의 정체성 놀이에 가깝다

그러니까 일베를 없앤다는 건, 표면적으로는 사이트를 닫는 일이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사람들이 거기서 얻던 감정의 보상 구조다. 누군가를 비웃고, 선을 넘고, 서로를 끌어올리는 방식. 그게 남아 있으면 다른 곳에서 다시 생긴다. 이건 정말 질기다. 참 안 죽는다.

역사도 비슷한 장면을 많이 보여준다

역사적으로도 검열은 종종 역효과를 냈다. 억압은 한쪽을 잠재우는 것처럼 보여도, 금지된 것에 더 큰 호기심과 상징성을 부여할 수 있다. 일명 역풍(逆風)이다. 차단이 오히려 관심을 불러오고, 금지된 말이 더 멋있어 보이는 순간이 생긴다

이건 정치 선전, 종교 탄압, 출판 금지, 음반 검열 같은 데서도 반복됐다. 금지당한 내용이 “봐서는 안 되는 진실”처럼 포장되면, 사람들은 그걸 더 찾게 된다. 물론 모든 검열이 다 실패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없애면 알아서 사라진다”는 믿음은 너무 단순하다. 역사란 원래 그렇게 친절하지 않다.

일베 폐쇄는 해답일까, 아니면 또 다른 이동의 시작일까 ft. 김어준의 뉴스공장 겸공

그럼 폐쇄는 무슨 의미가 있나

그럼에도 폐쇄가 완전히 무의미한 건 아니다. 공개 공간을 줄이면 도달 범위는 떨어진다. 신규 유입도 줄어들 수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혐오가 노출되는 횟수도 줄어들 수 있다

즉, 폐쇄는 해답이라기보다 완충(緩衝) 장치에 가깝다.

문제는 여기서 기대치가 너무 커지면 안 된다는 거다. 폐쇄 하나로 인식이 바뀌진 않는다. 생각은 행정명령처럼 지워지지 않는다. 오히려 억지로 밀어붙였다는 감각이 남으면, 그 집단은 더 자기들끼리 뭉칠 수 있다. 나만 그런가.. 이 대목에서 늘 정책이 참 어렵다 싶다.

그래서 일베는 어떻게 봐야 하나

내가 보기엔 일베를 둘러싼 질문은 “없애냐 마냐”보다 “어떻게 약화시키냐”에 가깝다. 사이트 자체를 막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유입 경로, 확산 경로, 수익 경로, 재집결 경로까지 같이 봐야 한다. 그래야 그 커뮤니티가 스스로 숨 쉴 공간을 줄일 수 있다

그리고 더 불편한 말 하나. 이런 공간은 완전히 지워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름을 바꾸고, 플랫폼을 옮기고, 더 작은 방으로 숨어든다. 그러니까 진짜 문제는 “간판”이 아니다. 간판 뒤에 붙어 있는 관성(慣性) 이다.

내가 붙잡은 결론

그래서 내 추적은 여기로 간다. 일베를 없애는 게 해답일 수는 있지만, 그 자체로는 해답이 아니다. 단기적으로는 노출을 줄이고, 확산을 늦추고, 사회적 비용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의 생각과 정체성이 자동으로 바뀌지는 않는다

결국 질문은 하나다. 사이트를 닫는 데 성공한 다음, 그 정서가 흘러갈 다음 통로까지 막을 수 있느냐. 아니면 이름만 바뀐 채 다른 곳에서 다시 자라게 둘 것이냐. 이게 진짜 싸움이다. 그리고 이 싸움은 꽤 오래 갈 것 같다. 그들은 과연 옮겨갈 뿐일까, 아니면 언젠가 달라질까?

일베 폐쇄는 해답일까, 아니면 또 다른 이동의 시작일까 ft. 김어준의 뉴스공장 겸공

일베 폐쇄는 해답일까, 아니면 또 다른 이동의 시작일까 ft. 김어준의 뉴스공장 겸공

일베 폐쇄는 해답일까, 아니면 또 다른 이동의 시작일까 ft. 김어준의 뉴스공장 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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