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저따위가 됐나 — PF의 함정
2024년 11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사업권이 신유씨앤디에서 '디아드'로 전격 이전됐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핵심은 고금리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의 부담이다. 신유씨앤디는 청담동뿐 아니라 역삼동 오피스 부지와 아스턴55 등 여러 사업장을 동시에 추진하다가 자금난에 빠졌다. 역삼동 오피스 부지는 결국 대출금을 갚지 못해 공매 절차까지 밟았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직원 퇴직금조차 지급 못 했다는 말이 돌았고, PF 이자와 세금이 누적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설계 원안을 지키려면 최소 수백억 원의 추가 공사비가 필요했다. 분양 수익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시행사는 결단을 내릴 수 없었다. 결국 도미니크 페로의 설계안은 폐기에 가까운 수준으로 변형됐다. 투명 유리 대신 파란색 탁한 유리, 입체적 외관 대신 직선 위주의 박스형 구조, 고급 외장재 대신 보편적 자재 — 조감도와 실물은 사실상 다른 건물이었다.
도미니크 페로 본인의 반응은 더 충격적이었다. 기자가 이메일로 인터뷰를 요청하자 그는 곧바로 답장을 보내왔고, "내 이름을 빼라고 분명히 전했다"며 시행사에 최후통첩으로 보낸 기밀 문서까지 직접 공개했다. 설계를 맡은 건축가가 자신의 이름을 쓰지 말라고 요청하는 것 — 이보다 강한 건축적 부정(否定)은 없다.
논란의 구조 — 법적 책임은 왜 없나
흥미로운 지점은, 이 모든 일이 벌어졌어도 시행사가 지는 법적 책임은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조감도 한쪽 구석에는 아주 작은 글씨로 "소비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 자료로 실제와 다를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명시돼 있다. 조감도는 법적으로 계약서가 아니다. 건물 외관이 조감도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시행사와 시공사에 법적 책임을 묻기는 현행법상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만 반대 시각도 존재한다. 10억 원짜리 회원권을 판매하면서 활용한 조감도와 건축가의 이름이 단순한 '마케팅 참고자료'의 범위를 넘어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일반 아파트 분양도 아니고 유명 건축가를 공식 홍보에 활용했다면, 그 이름에 걸맞은 이행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는 논리다. 고급화 마케팅에 쓰인 이름이 실제 건물과 단절될 때, 그 피해는 결국 회원권 구매자가 진다.
지금은 어떻게 됐나
2025년 5월 준공승인을 받은 뒤, 디아드 측은 "현재는 완성본이 아니며 외관 보강 공사를 진행 중"이라고 해명했다. 7월에는 외관 시공사를 선정하겠다고 밝혔고, PF 만기를 1년 연장하며 재정비에 들어갔다. 정식 개관 목표는 2026년 상반기.
회원은 현재 100여 명이 모였고, 일부는 이미 멤버십 라운지를 선이용 중이다. 논란 이후에도 기존 회원들의 동요는 크지 않다는 것이 운영사 측의 입장이다.
이 사태가 보여주는 것
디아드 청담 사건은 한국 하이엔드 부동산 개발의 구조적 문제를 압축해서 보여준다. 물류창고 개발사가 사교클럽을 기획하고, PF 자금으로 세계적 건축가의 이름을 빌리고, 자금난이 오면 설계를 갈아엎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실질적 피해는 회원권 구매자에게 전가되지만, 법적으로는 책임을 묻기 어렵다.
'청담동 1번지'라는 상징적 주소, '도미니크 페로'라는 세계적 이름, '10억 원 회원권'이라는 희소성 — 이 세 가지 조합은 그 자체로 강력한 마케팅이었다. 그리고 그 마케팅이 허물어질 때 무엇이 남는지, 이 사건은 적나라하게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