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캐피탈, 어반베이스 하진우, 대법원까지 간 투자계약 분쟁 완전 해부 ft. 5억이 13억 빚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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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캐피탈, 어반베이스 하진우, 대법원까지 간 투자계약 분쟁 완전 해부 ft. 5억이 13억 빚이 되어...

이 사건은 단순한 채권 분쟁이 아니다. 투자계약서 한 줄이 어떻게 창업자의 집을 앗아가고, 재창업의 기회마저 박탈하는지를 대법원 판결문으로 실증한 사건이다. 그리고 이 싸움의 배경에는 두 당사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국회, 중소벤처기업부, 금융위원회, 그리고 계약서를 다시 꺼내 펼쳐 보고 있는 수천 명의 창업자들이 모두 이해관계자다.

왜 이 사건이 지금 이 시점에 중요한가 — 역사적 맥락

2010년대 초반,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는 일대 전환점을 맞았다. 정부의 창업 지원 정책과 저금리 기조가 맞물리면서 벤처투자금액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15년 2조 원 수준이던 국내 벤처투자는 2021년 7조 원을 돌파했다. 투자가 늘자 투자 수단도 다양해졌고, 그 중심에 RCPS(상환전환우선주)가 자리 잡았다.

RCPS는 원래 채권과 주식의 장점을 결합한 구조다. 회사가 성장하면 주식으로 전환해 지분 이익을 취하고, 성장이 없으면 원금을 되돌려받는다는 개념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RCPS에 창업자 개인을 옥죄는 조항이 덧붙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연대보증' 대신 '이해관계인의 주식매수청구권 대상'이라는 방식으로, 단어는 바뀌었지만 효과는 동일하거나 더 강력한 족쇄가 계약서 안에 조용히 들어앉았다.

이 사건이 2026년 현재 중요한 이유는, 대법원이 이 구조를 최종적으로 '합법'이라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제 이것은 판례다. 판례는 법이 된다.

신한캐피탈, 어반베이스 하진우, 대법원까지 간 투자계약 분쟁 완전 해부 ft. 5억이 13억 빚이 되어...

2017년 — 계약 체결, 그 문서 한 장의 무게

2017년 11월, 신한캐피탈은 공간데이터 스타트업 어반베이스의 RCPS 1,586주를 주당 31만 5,160원, 총 약 4억 9,984만 원에 인수했다. 어반베이스는 당시 3D 인테리어 시뮬레이션 서비스를 운영하는 유망 스타트업이었고, 기술력을 인정받아 여러 투자사로부터 누적 수십억 원의 투자를 유치한 상태였다.

투자계약서에는 두 가지 결정적인 조항이 포함됐다.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조항: "어반베이스의 해산, 청산, 파산, 회생 또는 워크아웃 등 절차가 개시되는 경우, 투자자는 이해관계인(대표이사)에게 주식매수를 청구할 수 있다."

이자 조항: 풋옵션 행사 시 매수 가격은 투자 원금에 연복리 15% 이자를 합산한 금액으로 한다.

투자 유치가 절실했던 하진우 대표는 이 계약서에 서명했다. 그 서명 하나가 6년 뒤 자신의 집을 담보로 내놓게 만드는 시작점이 됐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해관계인'이라는 표현이다. 계약서에는 '연대보증인'이라는 단어가 한 글자도 없었다. 그러나 법원은 '이해관계인 자격으로 서명한 것 자체가 개인 책임의 인수'라고 해석했다. 법률 용어의 차이가 일반 창업자에게는 보이지 않는 함정이었다.

어반베이스는 어떤 회사였나

어반베이스는 3D 공간 데이터와 AR 기술을 결합해 실내 인테리어 시뮬레이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으로, 삼성전자, LG전자, 이케아 등 대기업과 협력하며 B2B 사업 모델을 구축했다. 기술력은 탄탄했다. 문제는 자금이었다.

2021~2022년 글로벌 금리 인상 사이클이 시작되면서 벤처 투자 시장이 급격히 냉각됐다. 어반베이스는 후속 투자 유치에 연속으로 실패했고, 2023년에 들어서는 임금 지급조차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창업자의 귀책 사유가 아닌, 거시경제의 변화가 회사를 삼킨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이 사실을 판결의 근거로 삼지 않았다. 계약서에 명시적 예외 조항이 없었기 때문이다.

2023~2024년 — 회생 신청과 풋옵션 발동

2023년 12월 28일, 어반베이스는 서울회생법원에 간이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2024년 1월 22일, 회생 개시 결정이 내려졌다. 계약서에 명시된 트리거가 충족된 순간이었다.

신한캐피탈은 즉각 하진우 전 대표를 향해 풋옵션을 행사했다. 청구 금액은 원금 5억 원에 2017년부터 적용된 연복리 15% 이자를 포함해 총 12억 5,205만 원이었다. 이후 2심에서 최종 확정된 금액은 원금 5억 원에 이자 8억 원을 합산한 총 13억 원이었다.

2024년 9월에는 하 전 대표의 개인 거주 주택에 가압류가 집행됐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스타트업 업계 전반에 충격이 퍼졌다. "투자가 아니라 고리대출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고, 하 전 대표는 직접 SNS와 언론을 통해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공개하기 시작했다.

신한캐피탈도 선택지가 없었다 — '배임' 딜레마

이 지점에서 자주 빠지는 논의가 있다. "신한캐피탈이 굳이 소송을 해야 했나"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신한캐피탈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신한캐피탈은 이 투자를 고유계정(자기자본)이 아닌 GP(업무집행조합원) 자격으로 운용했다. GP는 LP(유한책임조합원)로부터 자금을 위탁받아 운용하고, 그 수익을 LP에게 돌려줄 의무가 있다. 계약서상 회수 권리가 명확히 존재하는데 이를 행사하지 않으면, GP는 LP에 대한 업무상 배임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하진우 전 대표 본인도 이 구조를 정확히 짚었다. "2심까지 판례로 나온 만큼 앞으로 다른 VC들도 신한캐피탈과 같은 소송을 진행하지 않으면 GP로서 배임이 되기 때문에, 투자금 반환소송을 무조건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이번 판결은 신한캐피탈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유사한 계약 구조를 가진 모든 신기사·VC가 이제 '소송을 안 하면 배임'이라는 딜레마에 놓이게 됐음을 의미한다.

신한캐피탈 역시 입장을 밝혔다. "어반베이스 투자계약은 연대책임이 금지되기 전인 2017년에 체결됐다"며 "도의적인 부분만 고려해 책임을 묻지 않으면 형평성 위배나 배임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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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판결 (2025년 7월 16일) — 법원은 계약서를 읽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6민사부는 신한캐피탈의 청구를 전면 인용했다.

재판부의 핵심 논리는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창업자가 이해관계인 자격으로 계약서에 서명했다는 사실 자체가 개인 책임의 인수다. '연대보증인'이라는 단어의 유무는 판단 기준이 아니다.

둘째, 이 계약은 민법 103조(반사회질서 행위) 위반이 아니다. 재판부는 "고위험 고수익은 벤처투자의 통상적 특성에 불과하다. 이를 근거로 구체적 합의를 무효화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셋째, 상호 이익과 위험의 균형이 존재한다. "창업자는 투자 유치를 통해 사업 성공 시 막대한 이익을 누릴 기회를 얻었다. 투자자도 특정 상황에서 회수를 보장받도록 약정한 것이다."

다만 재판부조차 한계를 인정했다. "회생 절차 개시만으로 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것은 피고에게 불리한 측면이 있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곧바로 "이러한 위험을 해소할 의도였다면 관련 내용을 계약서에 포함했어야 마땅하다"고 덧붙이며 창업자의 주장을 기각했다.

2심 판결 (2025년 12월 18일) — 항소 기각

하 전 대표는 1심에 불복하며 항소했다. 2심에서는 더 강도 높은 법리 논거를 폈다. "외부 사유로 인한 회생인데 개인 귀책 사유 없는 창업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 "신한캐피탈은 원금에 이자까지 막대한 수익을 보장받게 된다 — 이는 모험자본 투자의 본질에 반한다"는 것이었다.

서울고법 민사16부(재판장 김인겸)는 2025년 12월 18일 항소를 기각했다. 판결의 핵심은 간결했다. "계약에 따른 주식매매대금 청구는 당사자들 간 계약에 기반한 투자금 회수의 성격을 가질 뿐이다." 더 나아가 "창업가는 투자를 통해 사업이 성공했을 때 막대한 이익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얻는 만큼, 반대급부로 실패했을 때 투자자에게 투자금을 배상하는 것 또한 합리적"이라고까지 판시했다. 소송 비용 역시 하 전 대표가 전부 부담하도록 했다.

대법원 판결 (2026년 5월 10일) — 최종 확정

2026년 5월 10일, 대법원이 신한캐피탈의 최종 승소를 확정했다. 1심, 2심, 대법원 모두 동일한 결론이었다. 9년 전 서명한 계약서 한 장이 법정 최고 기관의 판결로 확인된 것이다.

하 전 대표는 이제 원금 5억 원, 이자 8억 원, 합계 13억 원을 개인 재산으로 변제해야 한다. 그가 거주하는 아파트는 이미 가압류 상태다. 스타트업에 도전했다 실패한 것이 아니라, 계약서 한 줄을 간과했다가 재창업 기회마저 박탈당한 셈이다.

이 사건의 이해관계자 지형

이 사건에는 두 당사자만 존재하지 않는다. 아래 표를 보면, 이 판결이 왜 스타트업 생태계 전체의 사건인지 이해할 수 있다.

이해관계자

역할

입장 및 대응

신한캐피탈

투자자·원고

"계약에 따른 정당한 회수, 소송 안 하면 배임"

하진우 전 대표

창업자·피고

"외부 사유 회생인데 개인 책임은 부당"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실

국회

판결문 공개·공론화, 입법 필요성 촉구

중소벤처기업부

창투사 감독

벤특법 개정했으나 신기사엔 미적용

금융위원회

신기사 감독

규제 공백 상태, 개정 검토 중

스타트업 업계

간접 피해자

투자 유치 위축, 계약서 재검토 확산

법무법인·전문가

공론화 주체

계약서 개선 및 입법 촉구 활발

투자인가 대출인가 — 본질적 질문

연복리 15%를 8년간 적용하면 원금은 2.6배가 된다. 국내 벤처펀드 전체의 1987년~2024년 청산 기준 연평균 수익률은 약 9% 수준이다. 역대 모태펀드 최고 수익률이 2022년 기준 12.4%다. 이번 사건에서 신한캐피탈이 회수하는 수익률은 이를 크게 상회한다.

이 수치 하나만으로 질문은 명확해진다. 이것이 모험자본 투자인가, 아니면 이자를 붙인 대출인가. 법원의 판단은 "계약서에 그렇게 쓰여 있으니 유효하다"였다. 그러나 그 계약서가 창업자와 투자자 사이의 진정한 정보 대칭 위에서 협상된 것인지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열려 있다.

규제의 빈틈 — 정부가 금지했는데 법원이 인정했다

이 사건의 구조적 아이러니는 이것이다. 정부는 이미 이 문제를 알고 있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21년부터 창투사 대상 표준투자계약서에서 창업자 연대책임 조항을 금지했다. 2023년에는 벤처투자촉진법(벤특법)을 개정해 이를 법제화했다. 그러나 신한캐피탈은 금융위원회 산하 신기술사업금융업자(신기사)이므로 중기부 규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부처 간 관할권의 틈새에서 창업자는 아무 보호도 받지 못한 것이다.

또 하나의 함정이 있다. 법원은 이번 계약을 '연대책임 조항'이 아닌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판단했다. 즉, 정부가 표준계약서에서 연대보증 조항을 금지해도, 주식매수청구권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같은 효과를 내는 계약은 현재로서는 유효하다. 창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의 취지가 계약서의 문구 변경 하나로 무력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 중기부는 창업기획자, 개인투자조합, 신기술사업금융사 등으로 연대책임 금지 대상을 확대하는 개정안을 검토 중이다. 업계에서는 표준투자계약서에서 풋옵션 조항의 악용을 막는 구체적 가이드라인 도입도 요구하고 있다.

대법원 판결 이후의 파장 — 줄소송의 시대가 올 수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의 가장 무서운 함의는 '선례의 형성'이다. 유사한 계약 구조를 가진 다른 투자사들은 이제 두 가지 선택지를 갖는다. 소송을 제기하거나, 소송을 제기하지 않아 LP에 대한 배임 문제를 안거나.

하진우 전 대표는 이 구조를 정확히 짚었다. "다른 VC들도 소송을 진행하지 않으면 GP로서 배임이 되기 때문에 투자금 반환소송을 무조건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단순히 어반베이스 한 회사의 이야기가 아니다. 2017년 전후로 유사한 구조의 투자계약을 체결하고 현재 어려움에 처한 스타트업이 있다면, 그 창업자들도 동일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창업자를 위한 체크리스트 — 이 사건이 가르쳐 준 것

이 사건이 남긴 교훈은 냉혹하지만 명확하다.

투자 출처를 먼저 확인하라: 창투사(중기부 규제)와 신기사(금융위 규제)는 계약서의 법적 보호 수준이 다르다. 투자자가 어디에 속하는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요건을 협상하라: 계약서에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어야 풋옵션이 발동되도록 요건을 좁히는 것이 필수다. '회생 개시'만으로 발동되는 구조는 창업자에게 극도로 불리하다.

이자율의 복리 효과를 계산하라: 연복리 15%는 6년이면 원금의 2.5배, 8년이면 2.6배다. 계약 시점에는 먼 미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집행되면 돌이킬 수 없다.

'이해관계인' 서명의 의미를 이해하라: 연대보증이라는 단어가 없어도, 이해관계인 자격으로 계약에 서명하면 법원은 개인 책임을 인정한다. 계약서 검토를 반드시 전문 변호사에게 의뢰해야 한다.

외부 요인으로 인한 면책 조항을 삽입하라: 창업자의 귀책 사유 없이 외부적 요인(금리 인상, 시장 침체 등)으로 인한 회생의 경우 풋옵션 행사를 제한하는 조항을 명시적으로 포함해야 한다.

마무리 — 계약서가 법이고, 법원은 계약서를 읽는다

이 사건에서 누군가는 나쁜 사람이 없다. 신한캐피탈은 계약서에 따른 권리를 행사했고, 하 전 대표는 투자받기 위해 계약서에 서명했고, 법원은 계약서를 읽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창업자의 집이 팔리는 것으로 귀결됐다.

문제는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구조다. 정보의 비대칭, 투자 유치 압박, 부처 간 규제 공백, '연대보증'이라는 표현을 감춘 계약 문구. 이 모든 것이 합쳐져 창업자에게만 일방적으로 불리한 구조를 형성했다.

모험자본이라는 이름 아래, 창업자만 모험을 지는 구조는 생태계 전체의 도전 의지를 잠식한다.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생태계 개선의 마침표가 아니라, 입법 개혁의 시작점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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