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3천 마칸 GTS vs 포르쉐 카이엔·벤츠 GLE — 법인차로 뭘 사는 게 진짜 이득인가

연두색 번호판 포르쉐 마칸, 그 돈이면 카이엔 살 수 있는데 왜 탔을까

도로 위에서 목격한 장면 하나

차를 몰고 가다 앞차를 보고 잠깐 멈칫했다. 포르쉐 마칸 GTS. 번호판은 연두색이었다. 법인차다.

1억 3천 마칸 GTS vs 카이엔·벤츠 GLE — 법인차로 뭘 사는 게 진짜 이득인가

처음엔 그냥 지나쳤는데 생각할수록 이상했다. 저 차 기본가가 1억 2,700만 원이다. 옵션 몇 개만 얹으면 실구매가는 1억 5,000만 원을 훌쩍 넘긴다. 그 돈이면 포르쉐 카이엔 기본형(1억 3,310만 원~)이 된다. 벤츠 GLE 450(1억 3,760만 원~)도 된다. 차급 자체가 다르고, 공간도 훨씬 크고, 사회적 무게감도 다르다. 근데 왜 마칸인가. 그리고 저 연두색 번호판은 도대체 어떻게 탄생했고, 지금 어떻게 됐나.

연두색 번호판이 뭔지부터 짚고 가자

2024년 1월부터 시행된 제도다. 취득가액 8,000만 원 이상의 법인 업무용 승용차에 연두색(녹색) 번호판을 의무 부착하게 됐다. 법인차의 사적 사용을 막겠다는 취지였다.

그 전까지는 흰 번호판을 달고 다녀서 법인차인지 개인 차인지 구분이 안 됐다. 사장님 아드님이 포르쉐를 타도 회사 경비로 처리하면서 번호판만 보면 일반 차량과 똑같았다. 정부는 번호판 색깔 하나로 사회적 시선(social stigma)을 활용해 사적 사용을 억제하겠다는 전략을 택했다. 그리고 초반엔 효과가 있어 보였다.

1억 3천 마칸 GTS vs 카이엔·벤츠 GLE — 법인차로 뭘 사는 게 진짜 이득인가

왜 법인차로 고가 수입차를 사는가 — 세제 혜택의 구조

핵심은 단순하다. 법인차로 등록하면 비용처리가 된다.

법인 명의 차량은 감가상각비를 연간 최대 800만 원까지, 유류비·보험료 등 유지비는 연간 최대 1,500만 원까지 경비로 처리할 수 있다. 과세표준이 낮아지니 세금이 줄어드는 구조다. 개인이 같은 차를 사면 세후 소득에서 돈을 꺼내야 하지만, 법인으로 사면 세금 내기 전 돈으로 사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난다.

수억 원대 슈퍼카의 80% 이상이 법인차인 이유가 여기 있다. 고가일수록 세제 혜택의 체감 효과가 커지기 때문이다.

가격 비교 — 마칸 GTS면 뭘 살 수 있나

실제 숫자를 보면 이렇다.

차량

기본가

성격

포르쉐 마칸 GTS (내연기관)

1억 2,700만 원~

컴팩트 SUV, 고성능

포르쉐 마칸 GTS (전기)

1억 3,300만 원~

컴팩트 SUV, 고성능 전기

포르쉐 카이엔 (기본)

1억 3,310만 원~

풀사이즈 SUV

벤츠 GLE 450 4MATIC

1억 3,760만 원~

럭셔리 대형 SUV

포르쉐 카이엔 E-하이브리드

1억 5,460만 원~

풀사이즈 SUV, 하이브리드

마칸 GTS와 카이엔 기본형은 가격 차이가 거의 없다. 조금만 더 예산을 늘리면 벤츠 GLE 450도 된다. 차급이 다르고, 공간이 다르고, 실용성이 다르다. 그럼에도 마칸을 선택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반론 — "그냥 마칸이 더 재밌어서"는 틀린 말이 아니다

여기서 반대 논거를 짚어야 한다. 마칸이 합리적 선택일 수 있는 이유가 분명히 존재한다.

마칸 GTS는 443마력, 0-100km/h 가속 4.5초의 스포츠카에 가까운 SUV다. 카이엔이나 GLE는 패밀리카 성격이 강하고, 실용성은 높지만 운전하는 재미 면에서는 마칸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있다. 포르쉐 오너들 사이에서 "카이엔은 와이프가 타는 차, 마칸은 내가 타는 차"라는 말이 도는 데는 이유가 있다.

법인 등록은 해놓되 실제로는 개인이 즐기며 타는 차라면, 주행 재미가 더 좋은 마칸이 오히려 당사자 입장에서는 논리적인 선택이다. 이게 문제의 본질이다.

"법인차 판매 급감"이라는 숫자의 함정

2024년 포르쉐 법인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47% 급감했다는 통계. 많은 언론이 이걸 "연두색 번호판 정책의 성공"으로 보도했다. 그런데 숫자를 입체적으로 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

2023년 숫자가 먼저 이상하다

정부가 2024년 1월 시행을 예고하자, 2023년 한 해 동안 고가 수입 법인차 구매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3억 원 이상 법인차 등록이 전년 대비 58.4% 급증했다. 1억 원 이상 수입 법인차 전체 판매량도 2023년에 5만 1,083대로 역대급을 기록했다. "나오기 전에 미리 사자"는 밀어내기 수요가 2023년을 비정상적으로 부풀린 것이다.

2024년의 "급감"은 이 과도하게 부풀려진 기저 위에서 나온 착시 효과다. 정책의 진짜 효과를 측정하려면 밀어내기 이전, 즉 2021~2022년 평년치와 비교해야 한다.

관련 기사: https://www.asiae.co.kr/article/2024011417100339107

그다음엔 어떻게 됐나

2024년 판매량이 3만 5,320대로 떨어진 건 맞다. 그런데 2025년엔 4만 1,155대로 반등했다. 1년 만에 16.5% 회복이다. 페라리·포르쉐 같은 초고가 법인차 등록 대수는 30% 이상 늘었다.

관련 기사: https://v.daum.net/v/20260115150607071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두 가지가 동시에 일어났다.

첫째, 심리가 바뀌었다. 초반엔 연두색 번호판에 거부감이 있었다. "저거 세금 혜택 받는 사람"이라는 시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연두색 번호판? 그러니까 회장님이잖아"라는 인식으로 반전됐다. 수치심의 상징이 오히려 부의 상징으로 전환된 것이다.

관련 기사: https://magazine.hankyung.com/business/article/202601176331b

둘째, 꼼수가 생겼다. 개인 명의로 등록해서 흰 번호판을 달고 보험만 법인용으로 드는 수법이 확산됐다. 취득가액을 8,000만 원 이하로 낮춰 신고하기 위해 할인을 부풀리는 방식도 등장했다. 2억 5,000만 원짜리 BMW M8을 7,500만 원에 샀다고 주장하며 흰 번호판을 달고 다닌 사례까지 적발됐다.

관련 기사: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1747214885

담뱃값을 올려도 흡연율은 결국 돌아온다

연두색 번호판 정책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외양만 바꾸는 제도였다는 비판이 그래서 나온다. 세제 혜택 자체가 살아있는 한, 시장은 새로운 경로를 찾는다. 번호판 색깔이 행동을 억제하는 데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이 사이클은 하나의 패턴을 정확하게 보여준다.

정책 예고 → 밀어내기 수요 폭발 (2023년 역대급 판매)

정책 시행 → 거부감으로 일시 급감 (2024년)

적응 완료 → 심리 역전 + 우회로 개발 → 회복 (2025년~)

그다음은? → 제도 강화 vs 시장의 또 다른 우회로 — 게임은 계속된다

시사점 — 규제와 시장의 끝없는 게임

도로 위 연두색 번호판 포르쉐 마칸 한 대가 던지는 질문은 의외로 묵직하다.

앞에서 본 그 마칸, 어쩌면 2023년에 밀어내기로 산 차일 가능성이 높다. 연두색 번호판이 나오기 전에 미리 사서 구형 흰 번호판을 달고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이제는 연두색 번호판이 창피하지도 않아서 당당히 달고 다니는 것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이 차 한 대가 상징하는 건 같다. 제도는 시장의 심리를 일시적으로 바꿀 수 있지만, 구조적 유인이 살아있는 한 시장은 언제나 돌아온다. 연두색이 부의 상징이 된 순간, 정책은 이미 절반의 패배를 인정한 셈이다.

1억 3천 마칸 GTS vs 카이엔·벤츠 GLE — 법인차로 뭘 사는 게 진짜 이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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