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오, 추미애 동시 등판, 민주당은 지금

구청장 출신이 서울시장? 전직 법무장관이 경기지사? 민주당이 꺼낸 두 장의 패

4월 첫째 주, 민주당이 6·3 지방선거의 핵심 두 자리를 채웠다. 서울시장에 정원오, 경기도지사에 추미애. 숫자만 놓고 보면 경선 결과 하나지만, 두 사람이 이 자리에 오기까지의 궤적은 전혀 다르다. 그리고 그 다름이 민주당의 전략적 선택이기도 하다.

정원오: 12년의 성동구가 만들어낸 서울시장 후보

"유명하지 않아서 유명한 사람, 그게 정원오였다." 본인이 직접 한 말이다.

국회의원 배지도, 장관 경력도 없다. 서울시 전체로 넓혀보면 철저한 비주류다. 그런데 여론조사에서 현직 서울시장 오세훈을 오차범위 밖으로 앞서고 있다. 이 낯선 역전의 배경을 이해하려면 성동구 12년을 들여다봐야 한다.

50.02%로 시작한 아슬아슬한 출발

정원오가 처음 성동구청장에 당선된 건 2014년이다. 득표율이 딱 50.02%였다. 과반을 겨우 넘긴, 사실상 간신히 당선된 구청장이었다. 성동구는 원래 보수 강세 지역이다. 민주당 후보가 교차투표로 당선됐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는 첫 임기 때 내건 공약의 90%를 임기 내에 달성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가 숫자로 증명됐다. 2018년 재선 득표율 69.46%. 출발선과 비교하면 20%포인트 가까이 뛰어오른 수치다. 행정에 대한 신뢰가 표로 직결된 구조였다.

성수동 신화: 조례 하나로 세계 4위 동네를 만들다

정원오의 대표 업적은 단연 성수동 도시재생이다. 수제화 공장과 노후 주택이 뒤섞인 준공업지역이었던 성수동을 지금의 글로벌 문화 핫플레이스로 바꿔놓았다. 영국 타임아웃은 성수동을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동네' 4위로 선정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게 있다. 성수동이 뜨는 것보다, 뜨면서 망가지지 않게 막은 것이 더 어려웠다. 보통 동네가 유명해지면 임대료가 폭등하고 원래 살던 사람들이 쫓겨난다. 젠트리피케이션이다.

정원오는 2015년 전국 최초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를 만들었다. 서울숲길·방송대길·상원길 일대를 지속가능발전구역으로 지정하고, 대기업·프랜차이즈 입점을 제한했다.

건물주와 임대료 안정 협약도 맺었는데, 강제력이 없는 자율협약 방식이었는데도 건물주·세입자의 70%가 동참했다. 이후 이 모델은 국회를 설득해 법제화됐다.

물론 한계도 있다. 2020년대 들어 팝업스토어 열풍이 몰아치면서 임대료가 다시 급등했고, "조례로도 못 막는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정원오 본인도 이 문제를 인식해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정책 시즌2를 추진하며 타운매니지먼트 개념으로 확장하는 중이다.

사람을 향한 정책들

성수동이 도시재생의 얼굴이라면, 그 이면에는 사람을 향한 정책들이 조용히 쌓였다.

• 독거 어르신 방문 주치의 제도: 의사가 직접 집으로 찾아가는 이 모델은 전국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 필수노동자 지원: 전국 지자체 최초로 필수노동자 임금실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배달기사, 청소노동자처럼 없으면 도시가 돌아가지 않지만 보이지 않던 사람들을 행정의 중심에 놓은 시도였다.

• 스마트 포용도시: 첨단 기술과 사회적 약자 배려를 결합한 구정 철학으로, 임기 내내 일관되게 유지했다.

2025년에는 K-브랜드지수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성동구청장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3선 임기가 마무리된 시점에 정원오는 구청장직을 내려놓고 경선에 뛰어들었다. 사퇴 직후 첫 인터뷰에서 그는 "오세훈 시정에 시민들이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의 프레이밍은 선명하다. 12년 동안 성동구에서 쌓은 현장 경험을 서울 전체로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3월 본경선에서 박주민·전현희 의원을 상대로 과반 득표를 기록하며 결선 없이 후보 자리를 확정했다.

추미애: 판사에서 투사까지, 30년 정치의 종착역이 경기도인 이유

추미애의 스토리는 훨씬 길고, 훨씬 시끄러웠다. 그리고 그 소음의 방향이 항상 같았다. 권력의 반대편을 향했다.

판사에서 정치인으로: 김대중의 권유

1993년, 서울민사지법 판사였던 추미애는 법복을 벗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직접 권유였다. 당시로선 쉽지 않은 결단이었다. 여성이 판사직을 내려놓고 야당 정치인으로 나서는 건 이중의 리스크였다.

그러나 그는 1995년 첫 당선 이후 내리 6선을 쌓았다. 30년 가까이 의정 활동을 이어온 셈이다. 이 기간 동안 그는 친김대중에서 친노무현, 친문재인, 친이재명이라는 민주당 계보의 굵직한 흐름을 모두 통과했다.

탄핵 정국의 지휘자

추미애가 전국구 정치인으로 확실히 자리를 굳힌 건 2016~2018년 민주당 대표 시절이다. 박근혜 탄핵 정국을 당 대표로서 진두지휘했다. 당시의 이미지는 '가만히 있지 않는 사람'이었다. 상황이 불리해도 앞으로 나가는 유형.

그 이미지는 법무부 장관 시절인 2020~2021년에 극대화된다.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정면충돌이다. 수사지휘권 발동, 직무정지, 징계 청구까지 이어진 갈등은 한국 정치사에 뚜렷한 흔적을 남겼다. 결과적으로 그 싸움의 상대가 이후 대통령이 됐다가 탄핵됐다는 건, 추미애 지지층이 지금도 "그때 추미애가 옳았다"고 해석하는 근거다.

이재명 정부 법사위원장 → 경기지사 출마

윤석열 탄핵 이후 출범한 이재명 정부에서 추미애는 법제사법위원장을 맡으며 검찰·사법개혁의 칼자루를 다시 쥐었다. 그런데 2025년 12월, 그 자리를 내려놓는다. 행선지는 경기도지사 선거였다.

전략적으로 보면 흥미로운 선택이다. 중앙 정치의 핵심에 있다가 지방 선거로 이동하는 것은 통상 내려가는 경로로 읽힌다. 그런데 추미애에게 경기도지사는 그렇지 않다. 경기도 인구 1,400만 명은 어느 광역시보다 크고,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광역단체장'이라는 타이틀이 걸려 있다. 이 한 문장이 추미애 캠프의 가장 강력한 내러티브다.

4월 7일, 현직 경기지사인 김동연과 친명계 한준호를 함께 꺾고 과반 득표로 경선을 통과했다.

오세훈 vs 정원오: 서울을 건 '10년 시정' 대 '12년 현장'

이 대결을 단순히 여야 대리전으로 보면 핵심을 놓친다. 두 사람은 서울이라는 도시를 어떻게 경영할 것인가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른 철학을 가진 사람들이다.

여론조사 추이: 방향은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정원오가 처음 주목받은 건 2025년 말이다. 양자 가상대결에서 정원오 49.0% 대 오세훈 37.2%로 오차범위 밖 격차가 확인됐다. 현직 서울시장이 무명의 구청장에게 12%포인트 가까이 밀린 것이다.

2026년 2월 MBC 조사에서 정원오 40% 대 오세훈 36%, 3월에는 격차가 더 벌어져 정원오 55.8% 대 오세훈 32.4%까지 나왔다.

중앙일보 신년 여론조사가 유일하게 오세훈이 37%로 정원오 34%를 앞선 사례였다. 조사 기관과 시기에 따라 등락은 있지만, 트렌드 자체는 일관되게 정원오 쪽을 가리키고 있다.

두 사람의 서울은 다르다

오세훈

정원오

이력

국회의원 4선, 서울시장 1·2기

성동구청장 3선 12년

핵심 키워드

매력도시, 브랜드 서울, 재개발·재건축

현장행정,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포용도시

강점

현직 프리미엄, 인지도, 대형 프로젝트 경험

검증된 기초 행정, 서민 신뢰, 반오세훈 프레임

약점

체감과 홍보의 괴리, 집값 미해결

광역 행정 미경험, 서울 전체 인지도 한계

오세훈의 서울은 '매력 도시'다. 한강 르네상스, 서울런, 기후동행카드, 약자와의 동행. 브랜드 정치에 능한 사람이다. 선거를 앞두고 소상공인·취약노동자 지원에 역대급 예산을 편성하며 '약자와의 동행'을 전면에 재배치했다.

반면 정원오의 서울은 현장이 먼저다. 거대한 비전보다 골목 한 블록의 임대료를 지키는 조례를 먼저 만드는 사람이다. 오세훈이 성수동 성과를 내세우자 정원오는 "구청장이 12년 공들인 곳에 숟가락 얹지 말라"고 직격했다. 선거 프레임을 화려한 포장지 대 실질적 내용의 싸움으로 설정한 것이다.

오세훈은 지지율 저조를 본인도 인정하며 "반성한다"고 공개 발언했다. 두 후보의 공약 언어가 비슷해질수록, 유권자의 선택 기준은 결국 '누가 더 믿을 수 있나'로 좁혀진다.

40대·50대에서는 정원오 지지가 우세하고, 20대 이하와 70대 이상에서는 오세훈이 강한 구도인데, 이 연령대 분포가 실제 투표율과 맞물리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변수다.

민주당이 이 두 장의 패를 동시에 꺼낸 이유

정원오와 추미애, 두 사람의 공통점이 있다. 둘 다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전면에 내건다. 서울과 경기라는 수도권 양대 광역을 민주당이 장악하면, 이재명 정부의 국정 동력은 실질적으로 달라진다.

한 사람은 조용히 골목을 지켰고, 한 사람은 30년 동안 시끄럽게 싸워왔다. 민주당은 그 두 가지 이미지를 수도권에 동시 배치했다. 현장의 신뢰와 투쟁의 언어, 두 가지를 동시에 가져가겠다는 구도다.

두 후보를 향한 날 선 비판들

균형 있는 분석을 위해 반대편의 시각도 짚어야 한다. 지지층의 환호만큼이나, 두 후보를 향한 비판의 언어도 선명하다.

추미애: "보수의 어머니"라는 조롱이 왜 무거운가

추미애를 향한 가장 강력한 조롱은 "보수의 어머니"다. 역설적인 표현이다. 그의 강경한 행보가 결과적으로 윤석열이라는 보수 정치인을 키웠고, 문재인 정부 말기 민주당 지지층을 이탈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논리다.

법무장관 시절 추미애-윤석열 갈등은 당시 여론을 흔들었다. 싸움 자체는 선명했지만 그 싸움이 유권자에게 어떻게 읽혔는지는 별개의 문제였다. '강단 있는 개혁가'로 본 지지층과 '독선적인 투사'로 본 중도층 사이에서 추미애는 항상 양극단의 평가를 받아왔다.

경기도는 이념적 스펙트럼이 넓은 지역이다. 수원·용인·화성 같은 신도시 벨트는 선거마다 방향이 달랐다. 그 유권자들이 '추미애'라는 이름에서 떠올리는 이미지가 개혁인지 갈등인지, 그게 이번 선거의 핵심 변수다.

정원오: "검증되지 않은 사람"이라는 물음표

정원오를 향한 가장 날카로운 비판은 의외로 단순하다. "성동구 하나 잘 했다고 서울시장이 될 수 있나." 국민의힘과 보수 언론이 반복적으로 꺼내는 프레임이다.

반박하기 쉽지 않은 지적이다. 성동구 인구는 약 30만 명이다. 서울시 전체 960만 명의 3%다. 구 단위에서 작동한 현장 행정이 수십 배 큰 조직에서도 재현된다는 보장은 없다. 서울 전역의 재개발·재건축, 교통 인프라, 수백만 명의 이해관계 충돌을 관리하는 건 다른 차원의 역량이다.

또한 정원오는 아직 단 한 번도 전국 단위 선거를 치러본 적이 없다. 구청장 경선과 달리, 서울시장 본선에서 불거질 검증 공세를 어떻게 버텨낼지는 미지수다. '검증된 행정가'라는 포지셔닝이 강점인 동시에, 더 큰 무대에서 한 번도 검증받지 않았다는 역설을 동시에 안고 있다.

두 후보를 향한 비판이 공교롭게도 거울처럼 대칭된다. 추미애는 너무 많이 싸워온 사람이라는 것, 정원오는 아직 충분히 싸워보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 민주당이 이 두 장의 패를 6월 3일까지 어떻게 방어하느냐가, 수도권 지방선거의 실질적인 승부처가 될 것이다.

여러분은 정원오·추미애 조합, 민주당의 승부수라고 보시나요? 아니면 더 나은 선택이 있었다고 생각하시나요? 댓글로 솔직한 의견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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