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불안한 마음에 다른 근처의 유치원 입소 설명회를 찾아갔다.
우선 내가 알아본 바에 따르면, 이 근처 일부 영유 과정은 최고 월 320만 원 안팎의 비용을 받는다.
내년부터 어린이집·유치원이 교육부로 이관되는 이른바 “유보통합”이 시행되는데,
사설 영어유치원/영어학원은 적용·영향에 대해선 무풍지대일 수 있다.
그리고 입소 설명회에서 느끼기엔, 부모에게 보여줄 만한 커리큘럼과 자격 구성을 갖추되
실제 운영은 수익 중심으로 흘러갈 여지가 있어 보였다.
사립유치원이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른다.
그리고 거기에 보내는 부모들은 아이의 “학습” 능력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추는 듯했다.
미성년기에 형성되는 감정·기억은 길고 진하게 삶에 영향을 미친다.
성인이 되어 어떤 불편감이 생기면 “원 가족”에서 원인을 찾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래서 유소년기가 중요하다.
그렇다면 이런 영어 학원을 운영하는 원장들의 마음은 무엇일까?
유아들이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고, 부모가 만족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대략 이런 흐름 같았다.
그런데 그 과정 어디쯤에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사랑과 돌봄, 안전한 놀이”가 충분히 자리 잡고 있는지는 나는 계속 의문이었다.
내가 다녀온 곳도 유치원비 60만 원 + 영어학원 60만 원, 그래서 월 120만 원이 드는 형태였다.
설명은 원장이 했고, 운영은 비교적 안정적이라며 정원 200명 규모, 내년에 만원 예상이라고 했다.
실제로 입학하는 유아들의 숫자가 매년 늘어나는 것이 보였다.
또한 찾아보니까 원장과 대표(건물주)가 달랐다.
설명회는 회차별 100명 내외로 진행되고, 학부모 1인만 참석 가능했다.
내가 간 날도 자리가 꽉 찼고, 경쟁 분위기가 느껴졌다. 이것도 놀라웠다. (설명회에서 사진 촬영은 금지였다.)
영상으로 7살 아이의 유창한 영어 발표를 보여줬는데, 나는 솔직히 낯설었다.
그 문장을 말하는 아이가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는지, 아니면 단순 암기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영어 학원 등록은 ‘입금 순’ 규정이라며 오전 10시 정각부터 접수한다고 했다.
또 원장은 유치원 입학이 100% 추첨식이라 “합격 기원” 의미로 찹쌀떡을 나눠줬다.
영유아는 질식의 위험 때문에 떡은 어지간하면 주지 않는다........
여기서 졸업하면 과연 무엇이 남을까? 여기 나오면 뭐가 되나?
여러모로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나도 부족한 인간이고, 아이들에게 잘해주고 싶은 부모다.
부모도 처음이라 늘 서툴다. 그런데 내 아이가 벌써부터 이렇게 경쟁적인 환경을 버텨야 하나?
이 의구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아이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라면, 세상을 넓게 보여주는 선택도 있지 않을까.
초·중·고 인기 직업을 보면 대개 식상한 직업이 상위권을 차지한다.
그만큼 인생을 바라보는 시야가 좁기 때문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실제 세상은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생계를 꾸리는 사람들이 많고 이상한 일도 많다.
노력이 반드시 성공에 비례하지도 않고, 성공한다고 반드시 행복하지도 않다.
또한 그런 분들이 모두 ‘공부만’ 잘해서 그 자리에 간 것도 아니다.
한편, 금전적으로 이 정도를 쓰겠다면, 다른 대안도 고민해 볼 수 있다.
예컨대 자녀 명의 계좌에 S&P 500 ETF를 장기 투자하는 식이다.
5살부터 20살까지 월 120만 원을 넣으면 총 투자원금은 2억 1,600만 원 수준이다.
지난 15년(2010년 10월~2025년 10월) 간 S&P 500 수익률이 연 14.2%였다.
이걸 그대로 대입하면, 아이가 20살이 됐을 때 계좌에는 증여세 빼고도 약 7억 4,559만 원이 넘는다.
(현재가치로 환산해도 5억 4,595만 원 정도다.)
지금은 노동의 가치, 지식의 가치가 점점 양극화되고, 일부에 집중되는 시대다.
이미 많은 직업으론 인플레이션과 자산 가격 상승을 따라가기가 벅차다.
그래서 더더욱, 아이가 자신만의 호기심과 삶의 속도를 지킬 수 있는 환경—사랑·안전·놀이가 중심이 되는 토대—을 먼저 고민하고 싶다. 그 위에서 학습은 언제든 따라잡을 수 있으니까.
그러한 이유도 내년에도 해당 어린이집을 보낼 예정이다.
이렇게 자신감 있게 적어놓고도 내 자식은 걱정되기 마련이다.
내 선택은 옳은 것일까?